요리 클래스를 가보니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요리“라고 답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대학교 시절 서울에 올라와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요리를 했으니 대략 10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정확히 나는 작년 이맘때쯤 부터 요리 클래스(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취미라고 확실히 이야기하려면 요리 클래스 정도는 나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시발점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레벨이 되어야 취미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도 모호하지만, 사실 계란후라이와 라면을 포함한 몇 가지 요리는 다들 할 수 있지 않은가. 아무튼 요리가 취미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고 못 하고는 요리 클래스를 나가기 전과 후로 구분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나가 본 요리 모임은 분위기가 굉장히 신선했다. 교육+실습+친목이 두루 섞여 있었는데 나중에 깨닫고 보니 요리라는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이런 복합성이더라. 사람들의 성향들도 모난 사람 하나 없이 매우 좋았는데, 타인을 위한 배려가 몸에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 아마도 “내가 고생해서 남에게 대접하는 기쁨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 그런 모양이다. 덕분에 지금도 나는 틈틈이 요리 모임을 나가고 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요리 모임을 나가 보면 요리가 정말 재미있다. (요리에 관심이 없는 분들께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처음에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러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간혹 자신은 요리를 싫어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요리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를 위한 준비 과정과 조리 후의 뒤 처리, 그리고 조리를 하는 동안 레시피의 양과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을 싫어하는 것이다.
요리 모임에는 이런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없다. 모든 식재료는 테이블에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이 재료로 요리만 하면 되는데, 모르는 건 언제든지 강사님에게 물어볼 수 있다. 그래서 요리하는 동안 고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고민을 걷어낸 요리는 단순 조리가 아닌 재미 그 이상의 가치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사실 레시피 사이트 ‘곤식당‘을 만들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필요한 재료를 고민 없이 최대한 빠르게 준비할 수 있고, 조리 설명은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레시피 사이트.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하지 않은가. 레시피도 보기 좋아야 요리할 맛이 나는 법이다.
요리에는 맛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편안한 요리가 주는 소소한 행복. 내가 아닌 우리라는 관계는 나라는 존재가 당신을 위해 만든, 바로 이 조그마한 요리로부터 시작된다. ‘곤식당’역시 단순 레시피를 제공하는 조그만 사이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시피를 통해 만들어진 요리와 그에 담긴 여러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더 클 것이다.